어젯밤 파리올림픽 중계를 보며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 얘기다.
허미미 선수(경북체육회)가 캐나다의 데구치 선수와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렀다.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허미미는 같은 상대를 만나 결전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아쉬웠다. 연장 접전 끝에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를 당했다.
의아했던 것은, 오랜만에 본 유도 경기의 변경된 규칙이었다. 실상 데구치 선수는 경기 내내 별다른 공격 기술이 없었다. 허미미 선수가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친 것에 비하면, 데구치 선수는 그냥 방어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허미미 선수가 금메달을 따겠구나 생각하던 찰나, 심판은 그녀의 공격 시도를 위장 공격이라며 지도를 줬다.
이게 뭐야? 유도 왜 이래? 한판승은 어디갔어?
예전에 알던 유도가 아니었다. 시원시원한 업어치기는 온데간데없고, 기싸움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갔다. 상대의 공격이 조금이라도 부족해 보이면 심판을 바라보기 일쑤였으니....... 에라, 이거 너무 재미없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아쉬운 마음에 유도 규칙이 어떻게 변했는지 찾아봤다. 기술이야 뭐 그렇다 치고, '지도'는 뭐야.
'지도'는 금지사항을 어길 경우에 주어지는 일종의 경고다. 유도에는 수많은 금지 행위가 있다. 예컨대 매트를 벗어나는 행위, 상대를 고의로 매트 밖으로 밀어내는 행위, 5초 이상 상대의 깃을 잡지 않는 행위, 깃을 잡고 오랫동안 공격을 하지 않는 행위, 공격하는 척 위장 공격을 하는 행위, 그리고 메치기 공격을 할 때 다리를 잡는 행위 등이다.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이다.
"과거에는 지도를 4개 받아야 반칙패가 되었다. 더 전에는 1개가 효과, 2개가 유효, 3개가 절반으로 취급되었으나, 규칙 개정으로 인해 유도가 지루해졌다는 평이 있었다. 이전에는 지도 2개만 받으면 유효로 인정되었기에 앞서고 있는 선수도 지도를 받지 않기 위하여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지만, 개정 후에는 '한판-절반-유효'의 관계처럼 유효에 밀렸기 때문에 경기 중반에 유효 하나를 딴 후 지도를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소극적인 방어만 하며 지도 3개를 얻고도 경기를 승리하는 모습도 종종 나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2017년 개정 이후는 지도 3개를 받아도 즉시 반칙패 선언이 된다."
한편, IJF는 2010년부터 유도의 순수성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레슬링의 그레코로만형처럼 하단태클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규정 개정을 내놓았는데(정확하게는 상대의 다리를 손으로 감는 행위), 쉽게 얘기해서 상대방 바지에 손 하나 까딱 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굳히기 기술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띠 아래로는 터치를 허용하지 않는다. 규정을 이렇게 개정하여 레슬링과 차별화를 두고, 좀 더 다양한 기술들을 많이 펼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었으나 기존 유도계의 비판이 상당하며 아직도 다리잡기의 부활을 바라는 유도가가 많다." (출처: 위키백과)
중요한 사실은, '심판에 대한 의존성'이 예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는 점이다. 지도의 갯수(3개가 되면 반칙패)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선수들의 적극적인 플레이가 기대되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위장공격에 대한 판단 역시 심판이 행하는 것이므로, 오심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어떤 스포츠든 심판의 재량이 강하면 재미가 없다. 우리 편이라면 좋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불공정하다고 느낄 테니까. 심지어 어제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데구치 선수도 '유도의 미래를 위해 바뀌어야 할 것들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관중의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남는 밤이었다.
이와는 별개로 은메달을 딴 허미미 선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