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잊을 때에만 시간은 나의 것이 된다.
뮤지엄 산은 Space(공간), Art(예술), Nature(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산(mountain) 속에 꽁꽁 숨겨진 비밀의 정원 같은 곳이다.
입구: 청춘에 관하여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몸,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열정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정신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성,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는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사무엘 울만


파릇파릇한 풋사과. 흔히 십 대의 사랑을 풋사과에 비유하곤 하지. 이팔청춘은 그들만의 것인가. 청춘은 어느 누구의 전유물인가. 아니, 젊음이란 무엇인가. 몸 상태인가, 마음 상태인가. 열정을 잃어버린 나는 청춘인가, 노인인가. 집 나간 나의 청춘을 되찾아 와도 되겠는가.



돌: 흔한 것의 이름
뮤지엄 산의 S가 stone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곳에는 돌이 많다. 건물 외벽에도, 계단식으로 흐르는 물속에도, 테라스에도, Stone Garden이라 이름 붙여진 야외 전시공간도 모두 돌이다. 흔한 것, 이름조차 없어 그저 돌이라 불리는 딱딱한 덩어리들이 모여 건축 예술이 되고, 조경 예술이 되고, 작품 예술이 된다. 이름 없는 이에게 이름을 부를 때, 그것은 어떤 의미가 된다. 내 삶은 어떤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제임스 터렐관에서 맞이한 ‘틈’과 ‘빛’
터렐관에는 Skyspace, Horizon Room, Ganzfeld, Wedgework 등 네 가지 설치 작품이 있다.
(사진 촬영 금지)
틈: 빛이 지나가는 통로
제임스 터렐관에서 만난 네 가지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열린 문틈을 따라 빛이 들어오는 장면이었다. 안전바를 잡아야 할 정도로 어두웠던 통로 끝에 살짝 열린 문, 그리고 빛. 그 미약한 밝음을 만나고 나서야 느꼈던 안도감에 그동안 글로 적어왔던 빛나는 순간들이 떠올랐다. 별것 아니었고, 허름했고, 초라했던 순간조차 빛이었음을. 작은 문틈 사이로 쏟아진 한줄기 빛은 마치 내게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지 말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래. 열어야지. 틈을 줘야지. 조금이라도 빛나게끔 말이야.


결국: 사람이다
산속에서 발견했던 작지만 귀한 의미들. 함께한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글을 통해 만난 우리의 인연은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타고 나날이 돈독해지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던 오늘의 시간이 온전히 우리의 것이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 여행 정보 ●
<뮤지엄 산>
https://www.museumsan.org/museumsan/
뮤지엄산
한솔문화재단에서 운영중인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전원형 뮤지엄
www.museumsan.org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개관 연도 2013년 (한솔문화재단)
안도 타다오 설계
주요 공간: 웰컴센터 → 플라워·워터·스톤가든 → 본관(페이퍼 갤러리+판화공방) → 명상관 → 제임스 터렐관
운영시간 10:00–18:00, 월요일 휴관
입장권 기본권 23,000원, 제임스터렐권 39,000원
교통편 KTX 만종·원주역 → 셔틀/택시 이용, 자가용 서원주 IC 접근 가능
● TIP ●
제임스 터렐관 예약 필수: 특히 주말이나 ‘색의 밤’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 추천. 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니 눈과 마음 그득 담아오세요.
카페 정보: 내부 카페와 프린트 스튜디오를 이용하며 여유로운 휴식 가능. (가격이 매우 사악함)
시간 배분: 전체 동선 약 2.5km, 관람 소요 3시간 가량 권장
마치며
뮤지엄 산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닌, 자연과 건축, 빛이 만나 삶의 질문을 던지는 공간입니다. 산속에서 잃어버렸던 청춘의 열정, 사람들과의 연대, 사소한 틈에서 느껴지는 위로—이 모든 것을 만나고 왔습니다.
“시간을 잊을 때에만, 시간은 내 것이 된다”
여러분도 하루쯤 이곳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보시길.
